독서일지

38. 똑똑하지만 감독이 필요한 인턴_『듀얼 브레인』을 읽고

령킴 2026. 1. 15. 17:19

똑똑하지만 감독이 필요한 인턴

   이 책을 집어 들었을 때, 나는 이미 AI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정보통신공학을 전공했고, 개발자로 취업을 준비하며 생성형 AI를 일상적으로 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 책이 대중적으로 많이 읽히는 자기계발서라는 점도 선택의 이유였다. AI를 다루는 책이면서도 가볍게 읽을 수 있다면, 복잡한 기술서와 현실적인 불안 사이에서 잠시 숨을 고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그 기대는 책을 읽어나가며 조금씩 수정되었다.
   이 책은 자기계발서가 주는 위로나 확신을 거의 제공하지 않았고, 오히려 내가 이미 마음속에서 피하고 있던 질문들을 다시 꺼내 들게 만들었다.

   『듀얼 브레인』은 AI를 낙관도 비관도 아닌 위치에 놓는다. 생성형 AI를 ‘두 번째 뇌’로 정의하면서도, 그것이 인간의 사고를 대신해줄 수는 없다고 선을 긋는다. AI는 빠르고 설득력 있는 답을 제시할 수 있지만, 그 답이 옳은지 판단하고 책임지는 일은 인간의 몫으로 남아 있다.
   이 책은 AI가 앞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할 가능성과 동시에, 어느 지점에서 정체에 이를 가능성 역시 열어둔다. 중요한 것은 저자가 그 미래를 예측하려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그는 불확실성이 상수인 시대에 인간이 어떤 태도를 유지해야 하는지를 반복해서 묻는다. AI를 도구로서 활용하되, 사고의 주도권을 넘기지 말 것. AI를 신뢰하되, 의심을 멈추지 말 것. 이 미묘한 거리감이 이 책의 핵심처럼 느껴졌다.

   다만 이 책이 제시하는 관점이 언제나 설득력 있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었다. 인간의 판단력과 공감 능력, 책임 의식이 여전히 중심에 남아 있을 것이라는 전제는 이상적으로는 타당하지만, 현실에서는 다소 낙관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AI가 이미 많은 영역에서 인간의 판단을 대체하거나 압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간이 끝까지 주도권을 쥘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은 희망에 가까운 가정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특히 기업과 조직의 의사결정 구조 속에서 책임이 점점 흐려지고 있는 현실을 떠올리면, 이 책의 메시지는 개인의 태도에 지나치게 많은 부담을 지우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흥미로운 지점은, AI를 맹목적으로 신뢰하지 말라는 태도를 분명히 한다는 점이다. AI는 효율적이고 빠르지만, 언제든 오류를 낼 수 있으며 그 오류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지지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생성형 AI를 완벽한 정답기가 아니라, 능력은 뛰어나지만 지속적인 감독이 필요한 존재로 인식하게 되었다. 어쩌면 AI는 ‘똑똑하지만 덜떨어진 인턴’에 가깝다. 일을 빠르게 처리하지만, 결과를 그대로 믿기에는 불안하고, 최종 판단은 결국 사람이 내려야 한다. 이 책은 바로 그 경계를 반복해서 상기시킨다.

   생성형 AI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며 느끼는 불안은, 반드시 거창한 기술적 판단에서만 발생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주 사소한 질문에서도 그 한계가 드러난다. 예컨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쓰이는 속어의 의미를 묻는 간단한 질문에도 AI는 그럴듯한 설명을 내놓지만, 실제 사용 맥락과는 어긋난 답을 제시하는 경우가 있다. 설명은 정제되어 있고 논리적으로 보이지만, 그 말이 정말 ‘쓰이는 말’인지에 대한 감각은 빠져 있다.
   이 경험은 AI가 정보를 생성하는 능력과, 그 정보가 현실에서 작동하는지를 판단하는 능력 사이에 분명한 간극이 존재함을 실감하게 했다. 빠르고 성실한 답변은 가능하지만, 그 답을 그대로 신뢰했을 때 발생하는 책임은 결국 사용자에게 남는다.

   이 중립적인 태도는 읽는 이를 편안하게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확신이 없다는 사실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한다. AI는 우리의 삶을 분명히 바꾸고 있지만, 그 변화가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이 책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보다 “어떤 상태로 남을 것인가”를 질문한다. 이 질문은 자연스럽게 나 자신의 현실과 맞닿았다. 개발자로 취업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AI의 발전은 더 이상 추상적인 미래가 아니다. 이미 코드 작성, 디버깅, 설계의 일부를 AI가 대신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렇기에 내가 느낀 불안은 ‘직업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공포라기보다는, ‘내가 애매한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는 감각에 가까웠다.

   정보통신공학을 전공하고 개발자로의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 나에게 이 책은 자연스럽게 개인적인 질문으로 이어졌다. AI가 점점 더 많은 영역을 대체해가는 상황에서, 지금 내가 쌓고 있는 전공 지식과 자격증 공부가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 책은 그런 불안을 해소하거나 위로하지 않는다. 대신 AI 시대에 인간이 어떤 사고를 포기해서는 안 되는지, 그리고 어떤 영역만큼은 끝까지 붙들어야 하는지를 조심스럽게 제시한다. 기술을 다룰 줄 아는 능력보다, 기술의 결과를 의심하고 검증하며 책임지는 태도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는 관점은 쉽게 넘길 수 없는 부분이었다.

   『듀얼 브레인』을 읽으며 느낀 가장 큰 인상은 이 책이 확신을 팔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AI가 인류를 구원할 것이라는 낙관도, 모든 직업을 앗아갈 것이라는 공포도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본다. 그 대신 인간이 AI와 함께 살아갈 미래를 전제로, 사고 방식의 전환을 요구한다. 물론 이 관점이 충분히 급진적이지 않다고 느껴질 수도 있고, 지나치게 인간 중심적인 희망에 기대고 있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하지만 최소한 이 책은 AI를 둘러싼 논의를 흑백으로 나누지 않고, 회색 지대에 머무르려 한다.
   결국 이 책이 남긴 것은 명확한 결론이라기보다, 앞으로 더 복잡해질 미래를 바라보는 하나의 시선이었다. AI가 어디까지 성장할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인간이 아무런 태도 없이 그 흐름에 몸을 맡길 수는 없다는 점이다.
   『듀얼 브레인』은 AI와 공존하는 시대에 인간이 어떤 사고를 유지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되묻게 만든다. 그리고 그 질문이 쉽게 정리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책은 가볍게 소비되는 자기계발서와는 다른 자리에 놓여 있다고 느껴졌다.
 
   AI가 어디까지 성장할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 속도가 빨라질수록 인간에게 요구되는 태도 역시 점점 더 까다로워진다는 점이다. 『듀얼 브레인』을 읽으며 나는 기술을 얼마나 잘 다룰 수 있는가보다, 그 결과를 얼마나 오래 붙잡고 책임질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AI가 대신해줄 수 있는 영역이 늘어날수록, 인간은 오히려 더 많이 의심하고 더 천천히 판단해야 하는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
   효율과 정확성에 기대기보다는, 그 사이에서 무엇을 끝까지 인간의 몫으로 남겨둘 것인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그리고 그 질문은 책을 읽은 뒤에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점은, 이 책이 묻는 ‘사고의 주도권’이 단순히 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연습의 문제라는 사실이었다. 인간이 AI에게 사고를 위임하는 순간, 잃게 되는 것은 단지 결정권만이 아니다. 생각하는 근육 자체가 서서히 약화될 가능성도 함께 따라온다. 계산기를 오래 쓰면 암산이 느려지듯, AI가 대신 요약하고, 대신 판단하고, 대신 방향을 제시하는 환경에 익숙해질수록 인간은 점점 질문을 던지는 능력부터 소실될지도 모른다. 이 책은 그 위험을 직접적으로 경고하지는 않지만, ‘사고를 넘기지 말라’는 반복적인 주문 속에는 그런 불안이 은근히 배어 있다.

   흥미로운 점은,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인간과 AI의 관계가 사실상 뒤집힐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지금까지의 은유에서 인간은 감독자이고 AI는 도구이거나 인턴이지만, 만약 감독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지 않는다면 그 관계는 쉽게 전도된다. 판단을 미루고, 검증을 생략하고,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순간, 인간은 감독이 아니라 승인 버튼만 누르는 존재로 전락한다. 이때 AI는 더 이상 ‘똑똑하지만 감독이 필요한 인턴’이 아니라, 방향을 설정하는 관리자처럼 기능하게 된다. 이 책은 그 전환점이 기술의 진보가 아니라, 인간의 태만에서 시작될 수 있음을 암묵적으로 드러낸다.
   그래서 『듀얼 브레인』이 던지는 질문은 결국 기술의 미래가 아니라 인간의 습관에 가깝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스스로 생각하기를 선택할 것인가. 얼마나 자주 AI의 답변을 의심하고, 불편함을 감수하며 다시 질문할 것인가.
   이 책은 그 선택이 고통스럽고 비효율적으로 느껴질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그 불편함을 포기하는 순간 무엇을 잃게 되는지는 분명히 암시한다. AI가 점점 더 유능해질수록, 인간에게 요구되는 것은 더 뛰어난 능력이 아니라, 생각을 멈추지 않겠다는 완고함일지도 모른다.

   이 글을 덧붙이며 나는 다시 한 번 느꼈다. AI 시대에 인간에게 남는 역할은 ‘더 잘하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하는 것’일 수 있다는 점을. 판단을 끝까지 붙잡고, 책임을 회피하지 않으며, 생각을 외주 주지 않는 태도. 『듀얼 브레인』은 바로 그 태도가 사라지지 않도록, 끈질기게 독자의 발목을 붙잡는 책이라고 볼 수 있다.

AI는 외계 지성이지만,
동시에 상당히 인간적이기도 하다.
p. 281

별점 ⭐️⭐️⭐️⭐️⭐️ 5/5점

이선 몰릭. 듀얼 브레인. 상상스퀘어. 2025.